일상/리뷰

5년차 개발자의 이직 회고록

아르르르를를르 2022. 7. 30. 01:44

제목을 저렇게 쓰니 거창해 보이는데 어쩌다 보니 벌써 만 4년 동안 개발자로서 직장생활을 하였다. 두 번째 직장 1년 반 만에 원하는 직무가 아닌 곳에서 고여가는 나를 되돌아보며 이 정도면 충분히 쉬었다 판단하고 원하는 직무로의 이직 결심을 하였다. 그렇게 세 번째 직장을 찾은 도전기를 두서없이 적어보려 한다.

지원한 회사가 10군데가 넘는다. 올해 2월 말 처음 서류접수부터 최종 합격 이메일을 받은 7월 말까지 총 6개월이 걸렸고, 중간에 최종면접에서 탈락하면서 현타로 잠시 쉬기도 했었다. 서류나 코테 탈락은 스킬셋이 안 맞았거나 내 역량이 애초에 부족했던 것이니 패스하고 면접까지 갔었던 회사들 위주로 적어보겠다. 공교롭게도 면접 본 회사명이 모두 N사이다.


먼저, 이직 팁은 다음과 같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는 먼저 쓰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내가 했던 제일 큰 실수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자신만만했던걸까. 겁도 없이 제일 희망했던 첫번째 N사에 나의 경력에 딱 맞는 경력 월간 채용 (해당 N사는 짝수 달마다 경력 월간 채용을 진행한다) 공고에 지원했고 스킬셋이 잘 맞았던 터에 1차 면접까지 무난하게 통과했다. 그리고 2차 면접에서 탈탈 털렸다. 이직 시도하면서 제일 먼저 본 면접이 제일 가고 싶었던 회사라니 아무리 가고 싶었다 해도 그렇지 지금 생각해도 미친 거 같다. 1차 면접에서 면접관님이 코딩테스트 점수가 100점 만점에 95점이라고 하셨는데 그 점수가 너무 아깝다. 경력 코테는 신입에 비하면 정말 쉬운 편이다. 그렇지만 대기업 기술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되었고 내 경력에 대한 난이도 높은 질문들을 받을 수 있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비록 떨어졌지만 면접관님들과 정말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른 회사들로 면접 연습을 하자. 그곳들 면접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그 다음으로 면접을 본 회사는 링크드인 헤드헌터를 통해 지원한 두번째 N사였고 내 첫 직장과 직무 연관이 높았다. 여기서 첫 직장과 파이썬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은 다 받았던 거 같고, 비록 1차에서 떨어졌지만 다음 면접에 베이스라인이 되었다.


계속된 탈락으로 힘들면 좀 쉬자. 판단이 흐려져 엉뚱한 회사에 지원하는 잘못을 할 수 있다.
이때 감정을 환기하는 데에 주변 사람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생각보다 내가 인복이 있더라. 취미를 즐기는 것도 좋다.

의지가 부족해진다면 스터디를 활용하자.
원래 의지가 강한 편이 아니라 스터디를 꾸준히 하는 편인데 보통 인프런과 okky에서 구하는 편이다. 기술 스터디가 아니라 이직 스터디는 지인끼리 하면 오히려 불편하다. 같은 처지의, 같은 목적을 가진, 같은 조건의 사람들이 최적의 조합이다. 이번 이직에 모의면접 스터디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스터디장님이 경험이 정말 많은 분이었고 월금 저녁 스터디를 빠지지 않고 참여할 만큼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만 있었다. 덕분이다.

공부는 깊이 있게 하자.
흔히 우리는 회사에서 쓰라고 해서, 아니면 원래 쓰던 기술이라서 그 기술을 사용한다. 그렇지만 면접관들에게는 이 이유가 통하지 않는다. 내가 회사에서 사용한 기술들을 되돌아보고 왜 그것을 사용하였는지, 그 기술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다른 기술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다른지 정도는 필수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단순히 개념과 사용법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동작원리, 해당 알고리즘 채택 이유 등을 알게 된다면 다른 기술을 익히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큰 그림을 생각하면서 개발하게 된다. 장애 시 버그 찾기도 더 쉽다. 면접에서도 어디까지 아는지 파악하기 위해 꼬리 질문으로 점점 딥하게 들어온다.

경력 지원이라 그런지 기본적인 CS질문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진 않았는데 세번째 N사 1차 면접에서 전형적인 자바 기술면접을 맛보았다. 자바 스프링 지원자라면 다 공부하는 GC, Spring, java8 등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우아한 형제들 부트캠프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같은데 '우아한 Tech' 채널에서 올리는 '10분 테코톡' 영상이 큰 도움이 되었다.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


나만의 철학을 만들자.

5년 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같은 인성 질문에 답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나'라는 개발자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포트폴리오나 자소서 작성에도 전체 맥락을 갖추는데 효과적이다. 네번째 N사 2차 면접에서 인성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나는 어떤 것을 잘하는 개발자인지, 나만의 장점을 생각해두면 좋다. 더불어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있다면 그것도 추가하도록 하자.



처우 협의 팁도 살짝 적어본다.
이 글은 사실 처우 협의 제안을 기다리면서 쓰는 글이다. 현 시각 주말인데 다음 주 초에는 연락이 와서 퇴사 통보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한 번은 튕기자.

인사팀에서 구체적인 계약 연봉을 제시할 때까지는 먼저 말 꺼내지 않는 것이 국룰이라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그리고 그 제시 연봉은 인사팀이 생각한 한도의 min값이다. 그러니 한 번은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튕기도록 한다. 절대 한번 튕기는 것으로 바로 입사를 철회하지 않는다. 합당한 이유로는 성과급, 스톡옵션, 재택 여부, 요즘은 32시간제를 운영하는 회사도 있으니 근무시간 등등 말 그대로 합당한 이유여야 한다. 근무조건은 연봉협상에 조건이 안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마음속에 내 연봉 하한선을 정해놓고 처우 협의 연락을 기다리도록 하자.


예의를 지키자.
생각보다 세상이 좁다.


마지막으로, 직무를 전환하여 지원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되도록이면 첫 직장을 신중히 선택하라고 취준생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또 깨달은 점이 있다면 내가 그동안 열심히 해온 건 크게 애쓰지 않아도 그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주고 바로 된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성실하게 쌓아가면 나에게 맞는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것 같지만 제대로 된 나의 길을 얻는 방법이다. 다시 또 열심히 쌓아나가야지.